<영화 & 클래식> 더 콘서트 - 챠이코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 음악이 주는 충만 2012/12/03 09:44 |
지난 주 ‘드라마의 제국’을 보던 중 작가와 여주인공이 대본 문제로 갈등하는 상황에서 배경으로 챠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주제 부분이 흘러나왔다. 참 좋아하는 노래이다. 특히 주제 중 관현악 모두가 연주하는 아래 부분은 내가 클래식 음악 중 가장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이 부분은 마치 長江의 물결이 장엄하게 흐르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 거센 파도가 나를 향해 밀려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팔이 올라가고 마치 내가 지휘자가 된 것처럼 흔들게 된다. (2007 챠이코프스키 콩쿠르 수상 기념 공연중에서 - 순수 국내파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
드라마를 보면서 ‘더 콘서트’영화를 다시 보기로 마음먹었다. 구소련에서 유명한 지휘자가 이 곡을 공연하던 중 바이올린 협연자가 유태인이었다는 이유로 공연이 중단되고 그 이후 지휘를 그만두고 살던 중 20년이 지나 다시 그 곡을 지휘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내용이다. 이 영화의 압권은 마지막 15분 동안 나오는 챠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실제 영화의 대부분은 과장되고 엉성하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이 주는 감동은 참 크다.
영화에는 몇 곡의 명곡이 중간 중간에 삽입된다. 영화의 시작은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1악장으로 장중하게 시작된다. 이 곡은 우리나라 가요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
마음 울쩍한 날에 거리를 걸어보고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보고
한편에 시가있는 전시회장도가고 밤새도록 그리움에 편지쓰고파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21번 그 음악을 내 귓가에 속삭여 주며
아침햇살 눈부심에 나를 깨워줄 그런 연인이 내게 있으면
실제 2악장은 참으로 서정적이고 감미롭다.
지휘자가 급히 단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만난 집시풍의 남자는 짧게 멘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 1주제 부분을 연주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선율이다. 이 집시풍의 남자는 마지막 연주부분에서 악장 역할을 한다.(janine jansen , BBC symphony orchestra)
공연 준비를 위해 급히 스폰서를 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뽐내고자하는 러시아의 정유 재벌이 등장하고 바하의 무반주첼로모음곡 중 첫 번째 곡을 연주한다. 파블르 카잘스가 악보를 발견하여 연주함으로 유명해진 이 곡은 첼로곡의 전설이며 역시 카잘스를 첼로의 전설로 만들었다. 대부분의 클래식 평론가들은 거의 70년전에 연주된 이 음반을 클래식 최고의 명반으로 꼽는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혼의 울림을 주는 곡이며, CF나 드라마에 자주 삽입되어 친근한 곡이다.
지휘자의 절친이자 첼로리스트인 샤샤가 공연 하루 전 극장에서 연주하는 곡은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이다. 아르페지오네는 첼로와 비슷한 악기로 지금은 이 악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 첼로로 이 곡을 연주한다. 첼로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곡으로 슈베르트 곡 중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 중의 하나이다. 2년 전 현대예술관에서 양성원 교수가 연주한 곡을 들었을 때 참으로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날 연주된 피아노 트리오와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슈베르트의 낭만성에 푹 빠지게 만든 좋은 시간이었다.
지휘자가 과거를 회상하는 과정에서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의 3악장이 흐른다. 말러는 베토벤 이후 최고의 교향곡 작곡자로 알려져 있다. 3악장은 귀에 익숙한 동요 선율이 흐른다. (Are you sleeping Are you sleeping.... 이 부분이 반복되는데 제목은 ㅠ.ㅠ)
하지만 이 영화는 역시 마지막 15분 챠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이다. 영화에서는 1악장이 연주되다 나중에 갑자기 3악장으로 바뀐다.특히, 마리 쟈케역의 멜라니 로랑이 독주하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고, 연주는 가슴을 적신다.
실제 공연장에 앉아 듣는 것보다 더 감동적이다. 울산시향에서 3년전인가 이 곡을 연주했었다. 그런데 영화든 공연이든 기대하면 실망하는 경우가 참 많다. 내가 주로 듣는 곡은 하이페츠의 협연곡인데 막상 실제 공연에서 듣다보면 클라이막스 부분이 항상 기대에 못 미친다. 클래식 연주회도 단순히 듣는 것만이 아닌 보는 공연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무대 뒤에 큰 화면에서 지휘와 연주 장면을 보면서 음악을 들으면 그 부분에 더 집중하게 된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