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만호에서 울다
차를 몰고 가다 하루밤 머무는
생수처럼 차분한 에비앙이라는 마을
물안개 자욱한 저녁 호반의 벤치에 앉아
레만 호를 바라본다.
멀리 수정처럼 반짝이는 도시 로잔의 불빛,
내 삶은 언제나 가교가 놓리지 않은 이편의 호숫가를 배회해왔다
그것이 나의 볼허ㅐㅇ이라면 불행일 터
알프스를 넘어온 별들이여, 그 옛날
절름발이 시인 바이런이 노래한 하늘의 시여
이방의 언어와 한 세기의 세월이 가로 놓여 있다 한들
그 무슨 번역이 필요하겠는가
알바트로스의 날개를 타고
나 역기 여기까지 날아온 것이다
부와 명예 또는 권력, 가족이라는 굴레
그 모든 욕망이 나를 부른다 해도
절름발이를 태운 알바트로스는 어디에도 내려앉지 못한다
날개를 접을 수가 없다
그것이 나의 불행이라면 불행일 뿐
한때 내 마음의 절뚝거림이 어색하데 부유하던
호반 저편의 불야성을 뒤로한 채
물비린내처럼 사십대는 오고
내 불구의 유일한 가교인 무지개
그리고 먼 곳의 아내여, 내 이 세상에 와서 얻은 건
사랑과 늙음, 오지 두가지였나니
나 잠시 호숫가 저녁 벤치에서 지친 날개를 접고
그래 내 절름발이 영혼을 기대고
저 레만 로의 크기반큼 올고 싶구나
- 유하
수족관속의 오징어에게 주인이 넣어주는 하루치는 산소는 무엇일까 ?
생존을 위한 것일까 , 죽음을 위한 것일까 ,
시인의 감수성으로 현실을 바라보는 건 쉬운일이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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