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ne 18, 2014

당신은 ‘이효리 블로그’를 통해 무엇을 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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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효리 블로그’를 통해 무엇을 보고 있나요
2014. 06.16(월) 15:33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꿈도 이상도 현실 앞에선 뜬 구름에 지나지 않는 걸까. 남들만큼 쓰며 살고 싶어, 이런저런 공부 실컷 해서 겨우 직장에 들어간다 해도, 남들만큼 사는 게 쉽지 않다. 남들도 나만큼 힘들게 벌어 안 힘든 척 쓰고 있는 거니까.

점점 거대해지는 도시의 욕망과 그에 맞춰 날로 커지고 집요해지는 비교의식에, 도시인들은 매일 저녁 속이 쓰리고 배가 아프다. 각양각색의 SNS에서는 다채로운 색감을 지닌 ‘남들’의 삶이 쏟아져 내리는데 별 거 없는 내 삶은 그저 무채색이다. 명랑시트콤 드라마처럼 흥미롭게 편집된 하나의 영상이란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내 것만 비루하다며 눈물만 지을 뿐이다.

오래 전부터 이효리의 일거수일투족은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거리였다. ‘톱스타’이니까. 거침없을 정도로 솔직하고 자신의 모습에 당당한, 누구와 맞서도 절대 우위에 있을 것 같은 ‘이효리’는 모든 스타들이 그렇듯 현대인의 반짝반짝 빛나는 우상이었고 ‘신기루’였다.

현재 그는 붉은 레드카펫 위, 온갖 화려한 색채로 둘러싸인 연예계가 아닌, 소박한 색감이 머무는 제주도 신혼집에 있다. 그리고 얼마 전 그 소박한 삶을 담은 블로그를 열었다.

사람들은 즉시 모여들어 여러 가지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하나의 감정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이 또한 ‘부럽다’는 것이다. 흡사 집시의 삶처럼 자유로워 보이는 그의 것은, 팍팍한 삶에 짓눌려 있던 사람들에겐 한 밤에 듣는 감성 돋는 라디오였다. 이전엔 화려함 이었다면 이제는 소박함과 자유로움을 덧입은 ‘신기루’와 같은 감성.

‘부럽다’는 말은 비교의식에서 시작된다. 내 삶은 왜 저렇지 못할까, 여기엔 없는행복이 왜 다른 곳엔 존재하는 걸까. 우리가 ‘부럽다’고 하는 ‘남들’의 삶엔 별 다른 거라도 있는 걸까. 하지만 함정이 있다. 사실, 저들의 삶이라고 별 게 있는 건 또 아니다. 우리가 보기에 아무리 이상적인 삶일지라도 그 삶조차 현실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효리는 자신의 블로그에 ‘모순’이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글을 올렸다. “소박하지만 부유하고 부유하지만 다를 것도 없네요.” 순식간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렸고 솔직담백하단 평가가 이어지며 호평을 얻었다.

솔직하다니. 마치 안도의 숨을 쏟아내듯 뱉어내는 솔직하단 말이 참 이상했다. 자신을 드러내고 소통하기 위해 만든 블로그인데, 당연한 거 아닌가. 사람들은 이효리의 블로그를 통해 무엇을 보고 있었던 걸까. 갖지 못한 또 다른 삶의 환상일까 혹은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내 삶의 어두운 그림자일까.

새롭게 등장한 소통의 통로인 SNS 속에서, 우린 종종 실체가 아닌 ‘신기루’를 공유한다. 잘 포장된 삶의 모습을 보여주며 부러움을 얻고 부러움을 내뱉는다. 문제는, 그 속에서 정작 진짜 오아시스를 찾아낼 힘은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신기루’나 ‘환상’ 속으로 도망칠수록, 현실은 더욱 각박하고 삭막하게 느껴질 것이며 꿈이나 이상은 더욱 뜬구름 같아질 것이다. 비루한 삶에 불만은 쌓이지만 맞부딪혀 극복할 힘은 또 없을 것이다. 실체가 아닌 것을 접하다 보니 현실 속에 존재하는 자신의 삶을 제대로 바라보고 이끌어갈 힘을 잃고 만 것이다.

소통의 통로는 늘어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삶과 삶이 맞부딪히는 진짜 ‘소통’은 부재한 세상이다. 줄 세우는 데 여념이 없는 사회는 서로를 경쟁상대로, 비교상대로 만들며, 진짜 ‘소통’을 부재하게 했다. 그래도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이 사람인지라 소통의 통로는 계속 개발되고 있으나, 원체 모조품이다 보니 그 통로를 통해 공유되는 삶도 ‘신기루’에 불과할 때가 많다.

SNS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이들도 부정하진 않는다. 생각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데엔 SNS나 블로그만한 게 없으며, 자신의 능력을 좀 더 자유롭게 펼치는 통로가 되어주기도 하니까.

이효리의 ‘모순’이란 글에 반응하는 사람들을 보며 한 가지 염려가 고갤 들었을 뿐이다. 진짜 ‘모순’은 다른 이의 ‘신기루’일지도 모를 삶을 실체인 것처럼 여기며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삶에 마련된 진짜 ‘오아시스’를 찾으려 노력하진 않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 사진=이효리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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