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6, 2012

[임근준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 소피 칼

0. 소피칼 저서 - 진실된 이야기  :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60900042&introCpID=YE

1. 작품보기 : 일상은 곧 예술, 소피칼의 치유로서의 예술
   (http://parisart.tistory.com/20)


[임근준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 소피 칼


source: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0808/h2008081802371584310.htm


실제와 허구로 재구성한 일상
미술ㆍ디자인 평론가



소피 칼, <색채 식사(The Chromatic Diet)> 중 일요일의 기록, 1997

유대계 프랑스인 현대미술가인 소피 칼(55)은 실재와 허구를 교묘히 뒤섞는 방법을 고안해 일상을 문제 삼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가는 일상을 특정한 양태로 재구성하기 위해 '게임의 법칙'을 정하곤 한다. 게임의 의례적 시행을 통해 그는 수행자인 자신이 통제권을 획득했다가 상실하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하고 그것을 기록한다.



대표적인 예가 <고담 핸드북>(1994)과 <색채 식사>(1997)다. 이야기는 폴 오스터의 소설 <거대한 괴물>(1992)에서 시작한다. 이 책에서 소설가는 소피 칼에 기초한 캐릭터인 마리아를 선보인 바 있다. 마리아는 소피 칼처럼 일상을 의식에 따라 살지만, 작자는 자신이 창조한 새로운 법칙을 적용시켰다.



곧 소피 칼은 질세라 이에 화답했다. 그는 폴 오스터에게 '당신이 허구의 인물을 하나 창조해주면, 최대 1년 동안 그 인물로 살겠다'고 제안했다. 소설가는 아이디어를 살짝 변형했다. 소피 칼이 받은 것은 "뉴욕에서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SC가 개인적으로 사용하게 될 교육 입문서(왜냐하면 요구했으니까...)"라는 지침이었다.



최종 결과물인 <고담 핸드북>은, 소피 칼이 지침을 따라 뉴욕의 한 공중전화 부스를 개인적인 공간으로 점유하고, 그곳에 머물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기록하고, 걸인과 노숙자들에게 샌드위치와 담배를 나눠주고, 낯선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행인들에게 미소를 건네고 되받은 횟수를 갈무리한 작품이다.



허나, 작업 과정에서 도드라지는 것은, 작가가 순간순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종종 지침을 위반하는) 자의적 결정들이다.



이후 소피 칼은 제 분신인 마리아와 자신을 좀 더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소설에 나오는 마리아의 의식을 실제로 행하기로 작정한다. 폴 오스터의 글에서 마리아는 하루에 한 가지 색으로 통일된 '색채 식사'를 행한다.





작가는 식사법을 실시하고 요일별 식단을 컬러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러나, 폴 오스터의 상상력에만 의존한 마리아의 식단은, 소피 칼의 구체적 시행을 통해 수정되고 보완되는데, 그 과정은 다시 한 번 실재와 허구의 위계를 흥미롭게 재구성한다.



예컨대 작가는, "월요일: 오렌지" 식단에서 소설가가 음료수를 빼먹었다며 오렌지 주스를 추가한다. "수요일: 하양" 식단에서는, 소설이 제시하는 레시피에 따라 감자 요리를 준비해보니 노란 색이 나왔다며, 쌀과 우유로 대치한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색상이 지정되지 않았다면서 각각 노랑과 핑크를 배정하고, 일요일에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의 모든 색상-오렌지, 빨강, 하양, 초록, 노랑, 그리고 핑크-을 동원한 만찬을 준비한다.



하지만, 일요일의 식단엔 이런 설명이 덧붙었다. "[...] 개인적으로, 나는 먹지 않는 걸 선호한다; 소설은 모두 매우 좋지만, 당신이 글자 그대로 맞춰 산다면, 꼭 그렇게 꽤 맛깔스럽지는 않은 법이다." 결국 폴 오스터의 마리아는, 소피 칼의 검증 과정을 통해, 보다 현실적인 인물로 구현되는 동시에 현실성 부족으로 실격 처리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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