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rch 8, 2013

감영으로부터 자유로운 인류 행복 구현을 위해 한계에 마맞서다. 삼성서울 병원 감염내과 정두련 교수


source: http://ohhappysmc.com/174889054







감염내과에 대해서는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그리 생소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의 소설 <페스트>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사람은 제각기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그 누구도 그 피해를 잊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늘 스스로를 살피고 있어야지 자칫 방심하다가는 남의 얼굴에 입김을 뿜어서
병독을 옮겨주고 맙니다. 자연스러운 것, 그것은 병균입니다. <페스트> 발췌


고립된 도시 속에서 백신을 만들기 위해 사투를 벌이던 의사가 퍼뜩 떠올랐다.
그럼에도 생소하다면,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아웃브레이크>란 영화를 떠올리면 이해가 될 것이다.


에볼라 바이러스와 싸우는 의사들의 사투를 그대로 보여준 작품이다. 거기 등장하는 의사들이 바로 감염내과 의사들이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관리실장을 맡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정두련 교수는 
진료 뿐만 아니라 병원 전체의 환자와 직원을 대상으로 손위생 강화, 수술부위감염 예방, 내성균이나 결핵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전파 억제 등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업무를 하며, 감염으로부터 자유로운 인류의 행복 구현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사이다.


정두련 교수는 과연 더스틴 호프만과 같은 포스를 보여줄 것인가?
정말 말도 안되는 생각이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기대는 하고 정두련 교수를 만났다.












로맨티스트.
정두련 교수의 첫 인상은 자상한 로맨티스트 같았다. 하얀피부와 중저음의 차분한 목소리, 날이 서지 않은 포근한 미소는
처음 보는 이로 하여금 안정감과 친근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소리소문없이 퍼지는 바이러스감염이라는 치명적인 단어와는 다소 대치되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매해 메디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에서 그를 만나볼 수 있을 정도로 그는
실력있는 첼리스트였다. 치열하게 세균,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여야 하는 감염치료보다는 클래식하면서도 묵직한 음색으로
사람들의 감정을 치유해주는 첼로가 더 잘 어울리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아니라면, 아나운서도 잘 어울릴 것 같고.

궁금해졌다. 그의 풍기는 이미지마저 반전으로 만드는 감염내과가 과연 어떤 곳인지,







(웃음) 제 장인어른도 잘 모르십니다. 사전적 정의를 보자면,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등 다양한 미생물에 의한 감염질환의 진단, 치료, 예방을 담당합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사스(SARS)나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전염병이 퍼졌을 때 이를 대처하는 의사들이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갑자기 스페인 독감이 생각났다. 1918년부터 1919년 사이 전세계적으로 최소 2,500만명, 최대 5,000만명을
사망하게 한 무서운 감염병이다. 1차 세계대전 전체 사망자 수의 3배나 되는 수치이다. ,

최초 사망자 발생 후 25주 만에 2,500만명 가량이 숨졌다. 당시 전 세계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고,
대책마련에 부심했지만, 별 달리 손 쓸 방도가 없었다. 당시 인도에선 전체인구의 5%에 해당하는 1,700만 명이 이 병에 걸려 죽었다. 일본은 2,300만명이 감염 돼 이 중 39만 명이 죽었다. 미국 또한 예외가 아니었는데, 미국은 전체 인구의 28%가 감염 되었고, 이중 50~675000명이 죽은 걸로 발표 됐다.

그럼 한국은?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한국에서도 이 병이 돌았다.
사람들은 이 병을 ‘독감’이라 불렀으며, 무오년(1918)에 크게 유행했다 해서 ‘무오년 독감’이라 불렀다.
얼마나 유행했으면, 무오년 독감이라 불렀을까? 당시 기록에 의하면 국내에서 약 740만 명이 감염 돼
이 중 14만 명이 사망하였다. 거의 예외 없이 감염자의 5%가 일률적으로 죽어나간 것이다(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 인류 역사상 최악의 인플루엔자 대유행(판데믹 : Pandemic), 스페인 독감이다.

“그렇죠. 그런 대규모 판데믹이 일어나면이의 확산을 막아내는 게 저희들의 일이죠. 중세시대 페스트 같은 경우는 5년 사이 유럽 전체인구의 1/3을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현대의 경우에도 치료제, 백신이 나올 때까지 2~3달은 손 놓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저희들은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고 질병에 대처하죠.
예를 들어 사람이 감염되면 70%정도의 사망률을 보이는 무서운 조류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 판데믹을 일으켜
전 세계에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그런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면서 대비책을 세워놓아야 합니다.

최악의 결과?

“원래 조류 인플루엔자는 닭, 오리 같은 조류만 감염시키고 사람은 감염시키지 않는 바이러스였는데
최근 이 바이러스에 의해 사람도 감염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감염된 사람의 사망률이 매우 높지만 다행히
아직은 사람 간에 감염 전파가 일어나지 않고 있는데, 돌연변이가 발생해서 사람 간 전파가 쉽게 일어나게 되면
무서운 조류 인플루엔자로 인한 판데믹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겁니다.

듣다보니 모골이 송연해 지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무서운(?) 이야기 말고, 가벼운 이야기로 주제를 살짝 틀어보기로 했다.
감염내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을 거 같다. 장인어른도 뭘 하는지 모르는 감염내과를 말이다.








(웃음) 90년대 초 내과 전공의 시절에 저의 은사이자 멘토이신 송재훈 교수님의 영향이 컸습니다그 때 교수님을 만나면서
감염내과의 무한한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웃음) 어느 한 장기만 보는 게 아니라 몸 전체를 본다는 것도 매력적이고
다른 내과 분과처럼 평생 돌보아야 하는 만성 질환보다는 급성 감염으로 진료하는 며칠 안에 환자의 생사가 결정되고
대부분 짧은 기간 안에 완치를 목표로 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저희 쪽에서 보는 만성질환이라면, HIV 정도죠.

HIV? 에이즈 말인가?

그렇죠. 요즘은 에이즈의 경우에도 약을 잘 드시고 관리만 잘 하면, 일반인처럼 오래 살 수 있습니다. 아직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어도 좋은 약이 많이 개발되어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 면역력을 유지시킬 수가 있습니다. 다만 조심스러운 게 있다면, 좋아졌다 해도 성접촉을 통한 감염 전파는 여전히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만 조심한다면 건강하게 평생 지낼 수 있습니다. 하루 1~2알 정도만 먹으면, 면역상태는 일반인과 같아 지니까요.

세상 참 좋아졌다. 고칠 수 없는 질환이라고 여겨졌던 에이즈(AIDS)가 이제는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분류될 정도라니...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보자. 감염내과의 치료 중 상당수는 몸 안의 감염과의 싸움이지 않은가?

건강했던 사람에서 생기는 급성신우신염, 폐렴 등도 있지만 당뇨병이나 암환자, 장기이식환자 등
만성질환이나 면역저하환자에서 잘 생기는 감염도 진료하는 과가 감염내과이다.

이런 감염과의 싸움에서 꼭 필요한 무기가 바로 항생제이다. 그런데 이 강력한 무기였던 항생제가 힘을 잃어가고 있단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항생제 내성 때문에 말이다.


항생제가 처음 개발되고 나서 지난 70년 간의 역사는 말 그대로 도전과 응전의 역사였습니다. 항생제가 개발되어 사용되면, 이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 등장하고, 다시 이를 극복한 항생제가 개발되면, 또 다시 이에 저항하는 내성세균이 등장했습니다. (웃음) 이와 같이 항생제 내성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항생제 내성이 최근 들어 더 문제가 된 것일까?







(한숨) 그게...크게 항생제 계열을 나누자면, 페니실린(penicillin)계열, 퀴놀론(quinolone)계열 등 10 개 이상의 계열로 나눌 수가 있는데, 좀 충격적이지만, 이 중에서 지난 40년 동안 신약으로 개발된 건 단 2종류의 항생제 계열 밖에 없습니다.

연구에 난항을 겪은 것인가?

여러가지 이유가 있죠.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 것도 어렵지만, 결정적으로 시장성이 떨어지죠. 막대한 개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데 설사 개발됐다 하더라도 부작용 때문에 판매가 중단되기도 하고, 내성 발생으로 인해 개발하고 나서도 오래 못가 사용 범위에 제한을 받게 되기도 하구요. 이러다보니 제약회사들이 항생제 개발에서 손을 뗀 겁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학회와 정부가 나서서 항생제 신약 개발을 위한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래도 문제가 남아있죠. 지금 당장 항생제 신약 연구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최소한 10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사이 강력한 항생제 내성균이 출현하면 손도 써보지 못하고 당하는 겁니다


경제적인 문제였다. 경제적인 문제를 무시할 순 없지만, 이런 이유로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다니, 뒷맛이 씁쓸했다.


어쩔 수 없죠.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시간을 버는 겁니다. 항생제를 남용하다 보면, 내성균이 등장하게 되고, 정말 필요할 때 못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걸 막기 위해 저희들이 홍보도 하고, 적절한 항생제 사용을 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노력을 하는 겁니다..

그럼 병원 내에서 항생제 사용을 규제하는 건가?

“그렇죠. 병원에서의 항생제 처방이 적절하게 이루어지도록 여러 방법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첫 번째가 항생제 처방
프로그램입니다. 항생제를 처방하려면 반드시 저희가 개발해놓은 항생제 처방 프로그램을 통해야만 처방이 가능하게 하였는데 올바른 항생제 사용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지요. 두 번째로는 제한항생제 관리를 하고 있는데 오남용을 특히 더 피해야하는
항생제들은 감염내과 승인을 받아야 처방할 수 있도록 하는 거지요. 의사의 처방권이 제한받는 문제가 있지만 이의 필요성을
알리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모두 잘 따라오고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을 극복하고자 의사들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거지요.”


내 짧은 지식으로 항생제를 관리 하는 방법은 복잡했다. 균이 검출되면, 균을 배양해 내성을 확인하고 이에 알맞은 항생제를 골라서 적당한 용량만 사용하는 것이다. 누가 봐도 번거롭고, 힘든 일이다.


그렇죠. 번거롭죠. 그래서 의사들의 협조가 필요한 겁니다. 라뽀(rapport : 두 사람의 상호 신뢰관계)는 의사와 환자뿐만이 아니라, 의사들 사이에서도 필요한 겁니다. 만약 항생제 관리 때문에 의사들 사이에서 트러블이 일어나게 한다면, 그건 감염내과 의사의 자질 문제입니다. 감염내과는 기본적으로 협진을 생각해야 하는 과입니다. 무조건적인 주장과 규제가 아니라 환자를 위해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진료과 간에 협조하면서 항생제 관리를 해야 합니다. 이는 항생제 관리 뿐 아니라 다른 여러 진료과에 대한 협의 진료 때에도 마찬가지이죠.


한번 생각해 봤다. 도대체 감염내과가 다루는 질병이 얼마나 될까?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의 진료분야를 검색해 봤다.



『감염내과는 각종 미생물에 의한 감염병은 물론 원인을 모르는 열병(불명열) 환자, 에이즈, 결핵 환자 등을 진료하고 있습니다. 미생물에 의해 발생하는 모든 감염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진료과로서 호흡기 감염, 소화기 감염, 요로 감염, 중추신경계 감염, 심내막염, 골수염, 피부연조직 감염 등 각종 장기에 발생하는 감염 질환과 패혈증 환자를 주로 진료합니다. 또한, 장기이식, 골수이식이나 조혈모세포이식 환자, 면역저하자, 암환자 등에서 발생하는 기회감염질환의 진료를 타 과와 협의 진료를 통해 담당하고 있습니다. 발열의 원인을 찾기 어려운 불명열의 신속한 진단과 치료를 담당하고 있으며, 국내HIV 감염 자 및 에이즈 환자를 위하여 최신 치료법을 도입하여 치료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질환을 다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웃음) 그렇죠. 1960년대 의료계에서 이런 말이 있었어요. 2000년대면 감염학 교과서는 사라질 것이다.’라는 말이었습니다.
강력한 항생제들과 백신들을 갖게 되면서 감염의 치료와 예방의 길이 열리게 되어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감염질환은
사라질 것이란 예상이었죠.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심각한 항생제 내성 문제에 처하게 되었고, 새로운 혹은 사라져가던
감염질환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지구온난화로 점점 곤충매개 질환들도 늘어나고 있지 않은가?
조만간 대구지역에서 파인애플과 바나나를 재배할 것이다.


“맞습니다. 2085년이면, 대한민국도 뎅기열 발생지역이 될 것이란 연구논문도 있습니다.


뎅기열(dengue fever) 아직까지 뎅기 바이러스를 죽이거나 억제하는 치료법은 없다.
갑자기 위험지역으로의 여행에 따른 예방접종에 대한 생각이 났다.







뎅기열이나 열대열말라리아 같은 질환은 국내에서는 발생하지 않지만 해외 여행을 갔다가 감염될 수 있는 질환으로 이러한 질환도 감염내과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여행의학클리닉을 통해서 여행 전 사전 예방 접종이나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여행지에서 걸려서 오는 다양한 질환들의 진단과 치료도 하고 있어요. 중요한 건 여행 전에 미리 해당지역의 정보를 확인해야 합니다. 분명 말라리아 안전지역이라고 책에 나와 있어도, 인터넷을 통한 최근 소식 검색을 해보면 현재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정보를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때 그 때 최신 정보를 확인하며 진료를 해야 합니다.


듣다보니 감염내과가 하는 일이 너무 많다. 우리 몸의 감염관리 뿐만이 아니라 대규모 팬데믹 (Pandemic)사태에 대처도 해야 하고, 항생제 내성균과도 싸워야 한다. 정두련 교수는 참 많은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끝으로 소망을 물었다.








소망이라면...항생제 내성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높아졌으면 합니다. 저희도 대한감염학회 차원에서 많은 홍보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의료인과 일반인 모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우리가 쓸 수 있는 효과적인 강력한 항생제가 사라져가는 것을 조장하거나 두고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조그만 관심과 동참이 조금이라도 항생제 내성을 감소시키고 소중한 항생제를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면
우리 모두 적극 나서야하지 않겠습니까?






정두련 교수는 국가단위의 질병 치료와 의료문제를 걱정하고 있었다.
과의 특성상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의 말을 듣다보니 앞으로 우리나라의 의료정책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이토록 감염 질환으로부터 자유로운 전 인류의 행복을 위해 한계와 맞서는 정두련 교수가 있으니 말이다.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자상하면서도 신뢰감있는 분위기는 머지않아 그가 고민하는 솔루션이
마련이 될 것이라는 묘한 확신을 들게 했다. 그의 바람대로 최대한 시간을 벌 수 있게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감염내과는 정말 많은 일을 하는 진료과라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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