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October 27, 2010

문명의 건너편에 서려한 시인 유하

레만호에서 울다


차를 몰고 가다 하루밤 머무는
생수처럼 차분한 에비앙이라는 마을
물안개 자욱한 저녁 호반의 벤치에 앉아
레만 호를 바라본다.
멀리 수정처럼 반짝이는 도시 로잔의 불빛,
내 삶은 언제나 가교가 놓리지 않은 이편의 호숫가를 배회해왔다
그것이 나의 볼허ㅐㅇ이라면 불행일 터
알프스를 넘어온 별들이여, 그 옛날
절름발이 시인 바이런이 노래한 하늘의 시여
이방의 언어와 한 세기의 세월이 가로 놓여 있다 한들
그 무슨 번역이 필요하겠는가
알바트로스의 날개를 타고
나 역기 여기까지 날아온 것이다
부와 명예 또는 권력, 가족이라는 굴레
그 모든 욕망이 나를 부른다 해도
절름발이를 태운 알바트로스는 어디에도 내려앉지 못한다
날개를 접을 수가 없다
그것이 나의 불행이라면 불행일 뿐
한때 내 마음의 절뚝거림이 어색하데 부유하던
호반 저편의 불야성을 뒤로한 채
물비린내처럼 사십대는 오고
내 불구의 유일한 가교인 무지개
그리고 먼 곳의 아내여, 내 이 세상에 와서 얻은 건
사랑과 늙음, 오지 두가지였나니
나 잠시 호숫가 저녁 벤치에서 지친 날개를 접고
그래 내 절름발이 영혼을 기대고
저 레만 로의 크기반큼 올고 싶구나
      - 유하

수족관속의 오징어에게 주인이 넣어주는 하루치는 산소는 무엇일까 ?
생존을 위한 것일까 , 죽음을 위한 것일까 ,
시인의 감수성으로 현실을 바라보는 건 쉬운일이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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